가족이야기/내 전부

돌발진(돌치레), 열성경련. 그리고 미안함.

bond_ 2021. 11. 3. 00:12

2021년 10월 26일(화)

이날 어머니의 이명 진료와 와이프의 회사 사이트 오픈을 이유로 서아를 혼자 보게 됐다.

근래에 얼굴에 4방 정도 모기를 물려서 약 바르면 곧 낫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꼼꼼하게 보지 못했던 내 실수가 크다.

 

할미 병원까지 차 타고 같이 가서 내려드리고 도산공원이나 산책하려고 옷을 예쁘게 입혔었다.

이때까지 좋았지.

출발 전에도 열이 좀 있었는데 '곧 내려가겠지' 하며 어머니 병원을 두 번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서아는 잠들고, 올라와서 다시 재보니 열은 높고 해서. 자주 가던 소아과로 가서 해열제만 처방받고 돌아왔다.

 

나도 하루 종일 쫄쫄 굶고, 어머니 식성 때문에 집에 와서 서로 울고 불며 싸우고 풀고(나도 참 고집불통이더라)

어머니는 집에 돌아가시고 저녁에 서아가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괜찮겠거니 하고 재우고 우리도 잠들었다.

잠들기 전에 체온 쟀을 때 38도가 조금 넘길래 저녁이니 그럴 거고 이게 피크이니 내일 되면 좋아지겠거니 하고 잤다.

 

2021년 10월 27일(수) 새벽 4시.

와이프가 급하게 깨우는 소리에 놀라서 나가보니 아이는 목을 가누지 못하고 열은 40.2도.

제일 놀랐던 건 숨을 거칠게 쉬면서 눈이 뒤집어져 초점을 잃어버린 상태와 팔이 딱딱하게 90도로 굳어 손가락도 팔꿈치도 제대로 피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주마등처럼 예전 일들도 모두 생각나면서 눈물도 왈칵 쏟아져 나왔다.

완전히 몸을 가누지 못한 채로 와이프는 급하게 119를 불렀고(판단이 좋았다) 10분도 채 안돼서 구급차가 도착했다.

선유도역 인근 병원 응급실이 다 찼으니 인천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구급대원이 이야기.

추운 날 옷도 못 입히고 이불로만 꽁꽁 싸매서 우선 구급차에 태우고 나는 내 차로 뒤따랐다.

구급차에 탈 때부터 의식이 조금씩 생겼고, 후에 와이프 얘기를 들어보니 산소호흡기도 했었다고 한다.

 

 

2021년 10월 27일(수) 새벽 4시 30분경.

인천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 보호자는 한 명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하여 와이프만 들어갔고, 코로나 검사받는 동시에 수액을 꼽아서 열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병원 측에서는 코로나 검사와 동시에 피검사, 더하면 엑스레이와 소변검사도 받아봐야 한다고 했고, 결국 이날 오전 8시까지 소변검사만 제외하고 모든 검사를 다 받았으나 특이사항 없음.

 

와이프와 나는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제발 코로나만 아니길 빌고 빌며 그렇게 각각의 장소에서 기도를 했었다.

'제발 코로나만 아니길 부탁드린다고, 뭐든지 하겠다고...'

음성이라는 소식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축 늘어져있던 아이 모습은 잊혀지지 않더라...

지금도 저 사진만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2021년 10월 27일(수) 오후 1시.

일단 열은 떨어져서 급한불은 껐고, 처가에서 오후에 오시기로 했기에 나는 오후 출근.

와이프는 아이 옆을 계속 지켰고 계속 38도를 넘나드는 고열이 있었다.

응급실 진료는 받았으나 미즈메디 주치의의 진료를 받아야 마음이 편했을 터.

주치의는 이날 진료가 다 찬 관계로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결과는 '돌치레'였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돌치레를 해본 적도 없고, 큰 특이사항도 없었기에 이런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고.

흔하게 듣는 돌치레에 열성경련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이게 이렇게 무서운 건가 싶더라.

 

■돌발진이란? (돌치레)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650&cid=51007&categoryId=51007

 

돌발진

주로 제6형 인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열과 피부발진이 주요 증상임. [정의] 돌발진은 장미진(roseola)이라고도 불리며 제6형 또는 제7형 인헤르페스 바이러스(human

terms.naver.com

 

■열성경련이란?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662&cid=51007&categoryId=51007 

 

열성 경련

생후 9개월에서 5세 사이의 소아에게 열과 함께 경련이 발생하는 것. [정의] 열성 경련은 생후 9개월에서 5세 사이의 소아가 발열을 동반한 경련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뇌수막염, 뇌염과 같

terms.naver.com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고 이날까지 와이프는 밤에 30분마다 깨며 아이를 살폈고 나도 거의 잠을 못 잤다.

다행히 이날 이후로는 열만 조금 올라있을 뿐 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나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2021년 10월 28일(목)

병원에서 얘기한 대로 이날부터 차츰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와이프와 나도 조금씩 마음을 진정했다.

다만, 이날부터 열꽃이 피기 시작했고 아직도 불안해하는 와이프에게는 계속 잠 좀 자두라고 일렀으나 그게 쉽나.

서아도 서아지만 와이프가 너무 고생했다.

2021년 10월 29일(금)

어머니가 서아를 봐주시면서 마음이 그리 좋지 못했나 보다.

열은 계속 떨어져서 38도 아래로 유지하고 있었으나 계속 불안하긴 마찬가지였고 나도 아내를 계속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었다. 쉽진 않았지만...

 

 

2021년 10월 31일(일)

돌발진(돌치레)라는 너무 큰 일을 치르다 보니 두려운 게 많아졌다.

서아는 물론 37도 아래로 열이 다 떨어졌고 이제는 회복만 하면 될 듯했고...

11월 3일인 오늘도 어머니가 소아과에 데리러 갔다. 아이가 회복 단계인지 기력도 없고 몸이 축 늘어진 느낌이라.

다행히 이날 오후부터는 예전과 같이 잘 놀고 밥도 잘 먹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결국엔 회복은 했지만 돌발진이, 열성경련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

아직도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아마 서아가 축 늘어져있는 그 모습은 평생 사진처럼 박혀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빠른 판단으로 아이를 응급실에 데려갔던 와이프의 판단력도 칭찬을 보내고 싶다.

 

돌발진, 돌치레, 특히 열성경련. 너무 무섭더라...

 

미리 잘 보고 병원부터 갔어야 했는데 후회만 남는다.

아이 키우면서 무엇하나 쉽게 볼 일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건강 관해서는 말이다.

 

미안하다 서아야. 아빠가 더 잘 확인할게. 이제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