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나

제일 친한 친구의 결혼

bond_ 2021. 11. 11. 23:53

그러고 보니 꽤 오랜 세월 알고 지냈다.

고등학교 때는 그럭저럭 친한 친구였는데 어느덧 옆에 딱 붙어서 거의 매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축사를 부탁받았지만 부탁 전에 내가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만큼 해줄 말이 많고 진심으로 대하고 싶은 친구가 곧 결혼을 한다.

두근두근,,

2021년 11월 14일 오후에 읽어줄 축사를 먼저 내 공간에 적어본다.

안녕하세요 두 사람의 결혼식에 자리를 빛내주신 귀빈 여러분들과 양가 어른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신랑과 인생의 반을 넘게 걸어온 친구 김근섭이라고 합니다.
 
진심을 담아 축사를 몇 자 썼습니다.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신랑 윤상수 군이 정은씨를 만난다는 소식에 어떤 참한 아가씨가 저 친구를 만나서 고생을 하려나 걱정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 친구가 만만치 않은 상대거든요… 처음 저희 집에 인사하러 왔을 때 저와 제 아내는 정은씨의 생각과 태도가 너무 예뻐서 놀랐고, 이야기를 하면할수록 정은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날의 확신이 오늘 이 자리가 됐네요.
 
이 자리를 빌어 두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습니다.
먼저 신부 정은씨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존심, 고집이 세서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살아온 친구입니다. 그 과정이 많이 외로웠을 거에요. 이제 어떤 이야기도 매일매일 나눌 수 있는 이렇게 예쁜 신부가 옆에 있다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참 많은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결혼과 육아 선배로서 신랑 윤상수 군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는 평소 말투로 하겠습니다.
상수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는 장모님이 해주신 김치고, 제일 맛있는 밥상은 그 김치로 니가 차려놓은 밥상이다. 장모님께 잘 보여서 맛있는 거 많이 얻어오고, 꼭 밥상은 매일 니가 차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수야. 넌 지금부터 선택권이 없다. 이제 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십원 한장 없다는 얘기다. 숨겨놨던 모든 것을 정은씨에게 내어주고 투항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모두가 편하다. 그리고 정은씨는 아직 남은게 있다고 생각되면 저를 포함한 친구들에게 물어봐주세요. 우리 친구들은 가정을 위해서라면 의리 정도는 가볍게 포기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상수야. 평소에는 낯 간지러워서 얘기 못했지만,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인생의 반을 넘게 넌 내 시간 안에 있었고 나도 네 시간 안에 있었다. 그 모든 시간에 함께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친구 셋이 술 한잔 하면서 했던 얘기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상수가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정은씨와 나눴을 때 정은씨는 말 없이 꼭 안아주었다고, 그 품에서 참 많이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40 다 되가는 남자 셋이 술집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정은씨가 너무 고맙다고, 앞으로는 계속 행복하자고 다짐하면서요.
 
딱 기분 좋은 햇빛과 온도.. 습도.. 널브러진 이불과 옷가지, 밤새 마른 싱크대와 그릇, 그 옆에 돌아가는 기분 좋은 밥 짓는 소리같이.. 이런 당연한 일상을 이 두 사람이 오랜 세월 함께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모습을 지켜본 여러분들께서 “그래, 너희는 그렇게 잘 살 줄 알았어” 라며 작은 핀잔을 주었으면 좋겠네요.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상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혼 미리 축하한다 상수야.

잘 살아야 한다.